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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8 유사시 by DrunkenSTAR

유사시

2008/12/18 18:33 / 생각

지만원씨는 내가 태어 났을 때 월남파병공로로 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이성의 근대와 탈중심적인 현대를 거쳐 탄생할 수 있는 인간형 중에서도 매우 드문 케이스다. 스스로를 응용수학의 대가라 자칭하고 자신이 만든 수학공식도 자신있게 공개하는데도 불구하고 언변이나 사상은 도무지 논리와는 담쌓은 인물이다. 이런 분을 이해하기 위한 상식은 작동 불가능이다. 그렇다고 EBS 수학 I 을 청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 그래서 이해가 된다면 그건 아마도 진짜 수학하는 분들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지만원씨가 운영한다는 시스템클럽에 가 보면 '좌익명단' 과 '빨갱이명단' 이 공개되어 있다. 지만원씨와 그의 시스템 추종자들에게는 이른바 '유사시 처단 명단' 인 셈이다. 이들 중 빨갱이도 아닌 나와 즐겨 술자리를 하는 사람들이 수많은 것이 흥미로웠다. 아무리 유사시 라고 해도 지만원씨를 처단할 의사가 없는 그들 중 한명에게 문자를 보냈다. '유사시엔 지만원을 조심하세요', 답이 왔다 '맨날 유사시야, 언제 조심해야 하는겨?'

오늘 또 하나 공개할 명단이 있다. 명단은 해머로 바리케이트를 부수고 나서야 공개될 수 있었다. 오늘 국회 외통위에서 단독으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한 의원들이다.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다.

박진, 정몽준, 남경필, 정진석, 황진하, 김충환, 이춘식, 정옥임, 구상찬, 홍정욱

촛불 이후에 걸핏하면 소화기 분말과 물대포가 등장한다. 우리 주위에 이런 인명제압용 장비가 즐비했다는 사실 또한 놀라울 따름이다. 소화기 분말과 물대포가 등장한 오늘 국회는 명백히 '유사시' 였다. 지만원씨가 그곳에 있었다면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모두 처단 되었을 성 싶다. 사실 '처단' 이란 단어는 프롤레타리아 독재체제가 지주와 반역자들을 무자비하게 다뤘다고 증언하는 우익, 반공 교과서를 통해 처음 접했던 것 같다. 그렇다 보니 '처단' 이 우익 교과서 집필자의 언어인지 공산당식 언어인지 언듯언듯 하다. 하지만 지원만씨의 시스템 우익반공에 근거 한다면 분명 우익의 언어가 아닐지, 감히 추정해본다.

소화기 분말을 뒤집어 쓴 좌익, 빨갱이, 이른바 좌빨들에게 위의 한나라당 의원 명단은 어떤 의미일까? 이정희 의원의 울화통처럼 사퇴해야 할 의미로 규정할 수 있을까? 골밑까지 좌빨인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기껏해야 저 명단에 대고 '처단' 이 아닌 '사퇴' 로 규정할 수 밖에 없는 이 유사시의 상황이 생뚱맞게도 찝찝한 이유는 뭘까.
반민주는 반민중과 같고 그런 반역적 행위가 명백한 명단에 처단을 부치지 못하는 것은 다만 지만원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지만원이 아무리 응용수학을 잘해도 절대 가지지 못한 간단한 논리 때문에 그렇다. 민주적으로 하자는 요구를 묵살하고 단독으로 바리케이트 치고 처리한 인사들이 있다고 해서 그들을 촛불에 그슬리던 아가리에 분말을 쑤셔 박던 처단하자고 하면 그 또한 민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씨발이 나와도 백번은 나와야 할 유사시에 겨우 '사퇴하십쇼!' 가 튀어 나온것이 아닐까.

하긴 저 명단의 인사들을 역사에 기록해서 대대로 쪽팔리게, 대대로 우리나라 국적은 가질 수 없게 지랄이라도 해야 하는 건데, 교과서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만 역사로 아는 저능아들에 의해 지능적으로 바뀌고 있는데다가 좌빨도 아닌 선생님들은 좌빨의 상식처럼 행동하다가 해임되고 파면되고 있으니 기록도 전수도 요원한 상황이다. 이 상황, 좌빨에게는 참으로 '유사시' 다.

2008/12/18 18:33 2008/12/18 18:33
DrunkenSTAR 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