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아내'에 대한 2 개의 검색 결과

  1. 2008/04/16 진통 by DrunkenSTAR
  2. 2008/03/12 염려 by DrunkenSTAR

진통

2008/04/16 03:15 / 생활
이틀동안 촉진제를 투여했지만 듣지 않자 아내는 이내 녹초가 되어 잠이 들었다. 아기는 아직도 진통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아내는 막연한 진통보다 그것을 예감하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굴었던 내가 '그냥, 그냥' 하며 눈물을 흘리는 아내와 아무것도 모르고 부지런히 숨을 할딱거리는 아기 앞에서 제 체온만 유지하며 손 잡아 주는 것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게 기가 막혔다. 나는 이런 엄청난 공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세상을 정직하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이의 탄생이 아름다운 기억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 아내와 아이가 아름다운 생각으로 기분 좋은 순간을 그려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애써 그렇게 기억될 것을 미뤄 짐작하고 끝내 위로할 뿐. 그 고통을 지켜 보고 함께 한다고 해서 선량한 남편이 되진 않는다. 그 고통을 지켜 보았다면 함께 한다는 말이 터무니 없는 연민일 뿐이란 것을 잘 알게 된다. 운동 잘 안한다고 구박하고 밥 잘 안먹는다고 잔소리를 떨었던 나는 얼마나 작고 초라했던가, 홀로 숨을 참으며 진심으로 기적같은 일을 준비 하고 있는 아내는 적어도 나보다는 휠씬 거대하고 숭고하다.
2008/04/16 03:15 2008/04/16 03:15
DrunkenSTAR 이 작성.

염려

2008/03/12 13:01 / 생활

꿈이 많았던 잠에서 깨면 아내와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 걱정이 빗살처럼 쏟아진다. 괜한 걱정, 이라며 양치를 하고 중얼거리지만 천년동안 모든 아비가 그러했듯이 깨어 있으면서도 온낮을 설친다. 아무런 걱정이 없던 시절에는 무슨 일이 벌어 질 것만 같아 초조했다. 아무 일도 일어 나지 않았지만 아내가 아이를 낳기까지 겪어야 할 이루 짐작할 수 없는 모진 고통과 살고 숨쉬려는 아이의 결코 평화로울 수 없는 힘겨움만 생각해도 눈알이 벌겋게 뜨거워진다. 하지만 남편과 남자의 이러한 뜨거움은 아내와 아이의 그것에 비하면 우리 삶의 더 없는 인연의 경계에 서서 너무 가볍고 낭만적인 자세일 뿐. 염려는 뜨겁지만 그 모진 경계를 넘지 못하고 서성인다. 대신 남편은 오랜 일처럼 본능처럼 전투하듯 세상의 경계를 넘어 생활을 지탱하려 욕심내고 부대낀다. 아내는 제 욕심에 마신 술과 꼬릿한 담배 연기에 무기력해지는 남편을 걱정하고 아이에게 얘기한다. 어느날 딱 한번 읽어 준 동화처럼 새가 다닐 길을 내려 아빠는 늦는다고. 제 인연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세상의 경계를 넘는 남편을 사무치게 기다리며 속태우는 국경의 밤처럼, 나도 아내도 서로 염려하며 늙어 간다.

2008/03/12 13:01 2008/03/12 13:01
DrunkenSTAR 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