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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10/10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by DrunkenSTAR (2)
1500년 ~ 1700년의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생활의 소리로 인해 죽었던 감성의 고막이 트인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는 실은, 네덜란드의 화가 요한슨 베르메르(Jan Vermeer)가 그린 그림에 대한 얘기다.
어디를 찾아봐도 얀 베르메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로 표현된다. 영화에서도 묘사되는 것처럼 내성적이고 자신의 아틀리에에서 소심스럽게 그림을 그리는 그의 성격 탓도 있지만, 피렌체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르네상스의 물결이 닿지 않고 당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예술의 패트런들, 즉 영주나 교황과 친분이 없었던 것도 그가 잘 알려지지 않게 됐던 이유가 아닌가 한다. 이를테면 산치오 라파엘로 같은 인물은 수많은 제자를 거닐고 다니면서 교황청과 성을 오가며 사교를 즐겼다는 것을 보면 대비가 가능하다. 게다가 당시, 네덜란드에는 불세출의 꽃의 화가 램브란트가 있었다는 것도 그가 그늘에서 그림을 그리게된 동기가 아닐까? 평생 35점의 작품을 남겼어도 21점을 오직 한명의 패트런을 위해 작품활동을 한 점도 한몫했을 수도 있겠다.(영화에서 베르메르의 패트런은 색광에 파렴치한으로 나온다.)

빛이 투영하는 색깔의 범위를 붓의 몸짓으로 표현한 베르메르는 화풍으로 본다면 바로크적인 빛과 르네상스적인 색깔의 화가였던 것 같다. 상당수의 그림이 시점만 달리 할뿐 그의 아틀리에를 배경으로 그려졌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까닭인지 영화의 도입부는 '화가의 아틀리에' 라는 작품을 연상케하는 소품들이 가득하게 펼쳐진다. 가냘프게 빛이 스며드는 모자이크 창문과 그에 반은 어둡고 반은 먼지가 얻혀진듯한 네덜란드 지도, 헝겁들이 널려 있는 탁자와 상젤리제, 이젤... 오페라를 보기전에 아리아를 듣고 가는 것처럼 그림을 한번이라도 보고 간 사람이라면 절로 탄성이 나올만 하다.

진주 귀걸이를 할 그리트에 대한 베르메르의 연민이 중세 특유의 생활의 소리와 퀄트 되면서 예술과 예술의 소품에 대한 신비감에 도취되지 않을 수 없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튜브에 담겨진 물감이 없는 당시 색을 만들기 위해 식물, 광물질들을 섞어서 만드는 과정과 필시 잔 강에서 기어올린 물로 붓을 닦아내는 장면들은 예술이 '물질에 투영된 정신세계'이며 그때 존재하는 질료들에 의해서 표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가난했던 고흐가 가질 수 없었던 베르메르의 상대적 부유 같은 것 말이다.

트레이스 슈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가 원작이긴 하지만 헤이그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영화속의 그림, 베르메르의 작품은 '터번을 두른 소녀' 로 더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역시, 해석하기 나름이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의 어떤 아름다운 부정, 절제, 연민의 정을 보고 있자면 왕가위의 '화양연화'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최근 열린 부산영화제의 개막작이기도한 왕가위의 신작 '2046' 이 화양연화의 연작이라고 하니 그도 꽤 볼만하겠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 터번을 두른 소녀]



[화가의 아틀리에]
2004/10/10 20:11 2004/10/10 20:11
DrunkenSTAR 이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