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동안 술을 마셨더니, 병명을 알 수 없는 병에 쉽게 걸렸다. 이제 이 정도도 못 버티는 구나 싶었는데 좀 심했다는 생각도 든다. 나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함부로 남의 인생에 끼어 들지 않는 부족한 사람들에게서 부족한 내가 배우고 알아가고, 무엇보다 억지로 손목을 끌어 깃발을 들게 하지도 않으면서 나의 한발작 한발작 문턱을 넘는 조심스러움 탓하지도 않는 사람들과 새벽 꼭두서니 빛을 맞으면 이제껏 토해놓은 온갖 담론들이 뱀파이어의 몸뚱아리처럼 분해되어 날아간다. 지금부터 아침을 맞이하는 이웃들을 위해, 그리고 다음에 만나 또 같은 담론을 꺼내어도 새벽까지 토론할 우리들을 위해, 날아간다.
낮술, 대담해졌다. 도봉산에서 생두부에 막걸리로 브런치를 흉내내며 대낮 날강도의 대담처럼 꺼리낌이 없다. 더군다나, 누구 들을까봐 눈치 씀씀이가 쓰이는 대화에는 전통적인 술법보다 신묘한 갑자를 발휘한 낮술을 권할만 한다. 하지만, 압구정이란 곳은 도무지 소스라치는 소나기와 낮답지 않은 어둠에 낮술을 할만한 곳이 못된다.
짝패를 보기 위한 낮술이 덜 된 탓도 있고, 사명이 있는 것도 아니니 가볍게 안국동 사막으로 스며드었다. 동갑내기 주인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도 좋고, 원룸 주방 같은 데서 내오는 맛없는 참치김치찌게도 그런데로 봐줄만 하니까, 그 스산한 골목을 찾는다. 무엇보다 도기다시 계단에 멋대가리 없이 발라놓은 타일을 볼때마다 앙금이 스며들고 상념이 침잔하기에는 이만한 데도 없다는 생각이다. 진짜 사막에 대한 눈물나는 추억 같은 것을 상상하지 않아도 멀리 바람이 바람끼리 부닥쳐서 나는 소리를 들을 지도 모를 그런 날이면, 실연한 사내가 꾸역꾸역 노래 두곡을 부르고 홀연히 사라지는 그런 곳, 누군가 지나다가 생각없이 찾아 들지 못하게 맨구석을 차지한 사막은 그냥 그대로 가슴 시리다. 이곳을 알게 된 것도 술자리 좌파를 못내 미안해하는 이 친구 덕분인데, 청계천 5가에서 전태일 동상에 제사 지내고 서로의 동판에 막걸리를 붓자는 약속을 기어이 술마시기 2박3일째 되던 날 지켰다.
다 잊어 버려야 편안했던, 나의 꿈을 대신했던 인스탄트 식품들, 멀어져가는 사랑들, 애써 무심해버린 식구들이 쉬이 부패하지 않던 것처럼 그렇게 타박을 해도 온전히 안녕한 내 글쓰기를 시작해야 겠다는 다짐은 잊어 버리지 못해 불편하다. 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고 다 해낼 수 있을까? 그렇게 2박3일을 견디고 건조한 병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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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후예 2006/05/30 03:4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아프지마셔~ 앞으로 할일이 많은데... 쩝~
운동합시다. 글 쓴다는거.... 고거이 강인한 체력과 정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이스빌리 2006/05/30 12:4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병안걸리면 이상한거지...ㅉㅉ
홈피 바꾼거 첨 봤네...
JACK 2006/06/01 13:57 편집/삭제 댓글 주소
제대로 걸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