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아무리 잘났어도 슈퍼맨이 될 수 없고, 그렇다고 영웅인양 나서서 남의 허물까지 책임져야 할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원복(원상태로 복구, Roll Back)의 의미는 경험상 복잡한 이해관계를 양산하게 된다. 지루하고도 치졸한 책임공방을 치루기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정밀한 야비함마저 요구하기 때문에 이전에 쌓아 놓았다고 생각한 인간관계조차도 일시에 허물어 진다. 그것이 시스템에서의 원복이 가지는 정치성이다.
시스템을 구현하고 런칭을 시키는 유종의 미의 순간에 원복의 가능성은 예상 스케쥴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최소한 그동안 종사하였던 10개의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그랬다. 어느 클라이언트가 우리가 남들과 다른 조직적 차별성은 무엇인가? 크리에이티브인가? 마케팅인가? 라고 물으면 '문제 해결 능력' 이다, 라고 답하던 자신감이 무색할 정도로 처음 당해보는 원복의 순간이 촉각으로 다가오자 분위기는 살벌해지기 시작한다.
여러 부분을 맡고 있는 책임자들은 문제 해결의 능력을 보이기 보다는 일단 침묵한다. 침묵은 조직 처세 중에서 면피의 기초 작업이다. 말을 아낀다는 것은 언변의 실수도 있겠지만, 일단 은폐하고 조용히 해결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럴 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때로 독립군이란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최선을 다해 문제해결을 한다는 것은 동업자였다는 일말의 인간적 유대마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고, 결정적으로 그렇게 보이기는 싫다.
아직 원복의 의미를 체감하지 못하는 팀원들에게는 원복되면 두달동안 집에 못갈줄 알라며 엄포를 놓는 긴장감 서린 선언으로부터 시작한다. 스케쥴에만 있었던 가능성을 존재치않게 하기 위해 어떤 것이든, 어떤 작고 하찮은 단서든 찾아 낼 것을 종용한다. 내가 하는 일은 이런 것이다. 문제를 파악하고 종용하거나 모티브를 주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 실행하여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결국 72시간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원복과의 사투를 벌인 끝에 현재 원만한 운영 중이다. 8개월, 객지생활, 2주간 런칭 준비, 마지막 72시간의 힘겨운 철야... 오늘은 삼겹살과 소주가 제격이다. 이제 비가 내리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음속에 조금씩 틈이 생기고 있다. 비가 내려 살벌하게 바뀐 환경도 원상태로 복구 되어야 할 텐데... 큰일이다.



당신의 의견을 작성해 주세요.
키슈 2006/07/19 20:31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돌아오긴 하실껀가요..ㅠ.ㅠ
Jack 2006/07/19 22:16 편집/삭제 댓글 주소
자다가 일어났다. 이번 주말에 서울에서 할일이 너무 많구나...
그래도 시간을 내야지... 인사동 천강이 생각난다.
나이스빌리 2006/07/20 18:29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얼렁 오셔...
오랜만에 사는 얘기좀 올리네 구랴...^^
PM 못해먹겠더구만... 난 12월이 언제 올려나...쯔...
Jack 2006/07/21 13:54 편집/삭제 댓글 주소
머리 빠진다..
PM 은 다 머리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