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강의'에 대한 1 개의 검색 결과

  1. 2006/08/13 강의를 제의 받고.. by DrunkenSTAR

강의를 제의 받고..

2006/08/13 03:32 / 생활

사실, 한 시민단체의 간사들과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기쁜 일이다. 물론 사회과학이나 현안 문제에 대한 강의일리는 없고 다만 스스로야 자부심을 가질지 모를 나의 이력이나 경력에 대해 객관적 평가를 할 수 없는 단체에서 흔히들 떠도는 평판이나 소문만으로 강의를 제의 했다는 생각을 했을 때, 오래간만에 강의 나들이를 하는 긴장감 보다는 부담이 한층 더 했다. 이를테면, 나와 같은 무명의 현장 기술자들(Field Players)은 현장에서 일하고 배우고 써먹는 과정에만 종사해도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을 경우가 많다. 신문에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도 아니고 자자한 명성 따위를 구사할 저서는 꿈에라도 악몽이 될 지경이니 말이다. 따라서 나를 통해 알겠다는 인터넷 트랜드와 발전방향이나 인터넷과 시민사회활동에 대해서 2시간 30분의 시간을 투자하겠다는 그들의 의도가 무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나에게도 결코 무모한 결론이 아니다. 그래도 어느 대학에서의 특강이나 컴덱스 코리아 따위에서 컨퍼런스 스피킹을 한 이력을 설명했던 것은 간만의 강의 제의도 제의지만, 단 위에서 잔득 긴장하게 될 온갖 세포들의 측은한 바램들이 한창 일을 끝내고 지쳐 있는 최근 나의 여러 상태들에 자발적인 의욕 같은 것을 주입할 수 있는 계기라고 말하는 듯 했기 때문이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2시간 30분이란 시간은 적잖은 체력과 성대의 울림을 요구하겠지만, 문제는 자료이다. 게다가 인터넷 트랜드라는 주제는 몸으로는 알아도 머리로는 알 수 없는 막연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일전에 개발 방법론이나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에 대한 구체적인 강의에서는 전문적인 현장이나 이론적이며 지적인 얘기들을 가감 없이 쏟아 내어도 되었지만 트랜드는 시계열에 관련을 짓지 않을 수 없다. 과거를 제거하더라도 최소한 현재의 사례와 미래의 근거를 짚어 나갈 필요가 있다. 문제는 알려진 현재의 객관적 현상들을 조합하는 것이 아니라, 견해이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객관적 현상을 충실히 조합하기 보다는 파편적인 현상들을 조합하다가 주관적인 견해를 그 깨진 조각에 끼우려는 습관적인 나의 지적 생산 활동 때문이다.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통한 지적 호기심 보다, 관찰과 통찰에 의한 유레카를 선호하는 경향이 이번에도 어김 없이 양적 자료를 생산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물론 양적일 필요가 있겠는가마는, 2시간 30분 동안 열강이라 불리우는 강의 활동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간의 짧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조금이나마 버티게 해주는 것이 자료가 된다. 일단 자료에 몰입한 수강자들의 또렷한 눈동자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가끔은 나의 견해가 두려울 때가 있다. 나의 견해에 대해서 내가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이 분석적인 자료를 통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관찰에 있었을 경우이다. 게다가 이러한 견해를 관철 시키기 위한 일련의 활동들을 포함하여 나의 견해에 몇몇 사람들이 변화를 생각하고 변화를 실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에서 행여 민감한 정책 설정에 나의 견해가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강의 마지막에 트랜드가 이러하니 우리가 인터넷에서 시민사회활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토론을 해야 하는 과제까지 있으니 압박감이 이내 후회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도리어 반동하는 무모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직도 나의 견해에 주저함이 있다면 그동안 나의 인생이 너무 초라해지지 않는가. 게다가 견해가 없는 오늘과 이 땅에서는 더더욱 어떤 견해에 작은 용기 정도는 있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견해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견해를 창조하는 것이냐 아니면 발견하는 것이냐는 해묵은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이다. 다시 말해 아직은 견해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견해가 진리일 수도 없지만, 저기 어딘가에 알고자 하는 답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견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2006/08/13 03:32 2006/08/13 03:32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