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이 망해 먹을 사회에서 어떻게든 먹고 살겠다고 도시근로를 하고 있는 나에게 밤은 늘어지게 누워 손가락으로 리모콘이나 작동시키다가 자는 게 대부분이지만 소중한 휴식 시간이라오. 그러하니 앞으로는 역겨워 도저히 두고 봐 줄 수 없는 견해(조선일보 시론)를 세상에 밝히지 않아 주었으면 싶소. 일찍 자고 쉬고 싶소. 아무리 볼테르처럼 똘레랑스를 해보려고 해도 당신의 견해는 교수치고 변호사치고는 너무 구리오.

일단 내 정치적 스탠스는 참여연대 시민위원, 진보신당 당원이오. 당신들의 업자 용어로는 빨갱이라고 하지요. 빨갱이, 헌데 나는 여러 차례 이 누추한 블로그를 통해 내 태생적 한계에 대해서 말하곤 했듯이 빨개지려고 노력하는 정치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겠소.

내가 하도 바빠서, 막말로 환율 오르고 유가 오르고 주식 떨어지는데도 죽어라고 바쁘오, 9월8일 참여연대 후원의 밤에는 참석하지 못했소. 그나마 한 10만원쯤 후원해야 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계좌이체도 못시켰다오. 시민단체가 돈이 없다는 통념과 달리 40억원이나 되는 빌딩을 지었으니 무슨 돈으로 지었는지 질문하는 사람이 많을 터라고 했는데 그렇소, 많이 질문들 하시오. 14년동안 근검절약해서 모은 돈, 보금자리 후원을 통해 추가적으로 후원 받은 돈, 은행융자 이렇게 해서 지었소. 왜 지었냐고요? 집주인 눈치 보며 시민운동하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닙디다, 게다가 운동을 하려면 연대를 해야 하는데 그런 연대의 근거지를 만드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고 앞으로 100년동안 쓸 집으로 생각하고 무지 무리해서 걍 지어버렸소. 시민단체는 돈이 없다는 통념? 이게 통념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그럼 조선일보는 돈 많다는 통념도 성립이 되는 것이오? 법률가라면 논리로 살아야지 통밥으로 살면 되겠소? 그럼 그 통념부터 얘기해 봅시다. 시민단체 돈 없소, 그래서 시민단체 상근자들 급여는 가히 살인적이오. 노동 강도로만 급여를 받는다면 시민단체 상근자는 당신보다 많이 받아야 할 것이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당신 같은 기득권 세력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하오. 뭐 그것에 대해 비난할 생각은 없소. 나는 당신 같은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돈 없는 시민단체도 후원하고 시민단체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심도 가지고 힘이 좀 나는 날이면 손수 참여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오. 물론, 당신이 뉴라이트 계열의 시민단체에서 그런 활동을 하고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만약 그렇다면 뉴라이트 계열의 시민단체는 돈이 많소? 그쪽이나 이쪽이나 다 같은 시민단체인데 통념에 의하면 똑같이 돈이 없을 것 아니겠소. 그러하니 그 통념으로 시민단체는 다 돈이 없다 그러니 살인적인 급여도 참고 운동에 매진해라 고 말하려고 한다면 당신의 시론은 우파, 좌파를 동시에 양비해야 논리적이지 않겠소? 이상하잔소, 돈이 없는 시민단체는 좌파인 것 처럼 통념을 깔고 가는 당신의 논리가 말이오. 맹세컨데 40억짜리 참여연대 빌딩에는 정부의 돈이 들어 있질 않소. 게다가 난 당신 같은 통념이 사라졌으면 싶소. 우파나 좌파 시민단체가 모두 아이 있는 가장에게 그 잘난 학원은 보낼 수 있을 만큼 급여를 주면서 운동을 했으면 하는 바램이오. 그러려면 회원이 많아야 하오.

참여연대가 이제 회원이 만명이오. 만명이 만원씩 회비를 내면 한달에 1억인데 형편 껏 내는 제도가 있어서 대략 7천에서 8천 정도가 한달 회비 수입이오. 모 참여연대 홈페이지 가면 다 나오는 자료니까 확인 바라오. 당신이 후원의 밤에서 대기업의 후원금을 안받은 이유가 그동안 순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라고 한 것처럼 불필요한 통밥을 예단하고 했던 일이오. 순수? 근데 법률가가 순수 라는 단어도 쓰시오? 이게 당신의 가치관에 빗댄 순수요? 아니면 통념적 순수요? "꼭 순수했던 것만은 아니었다는 뜻인 듯하다." 이런 서술형태는 또 뭐요? 아니었다는 뜻인 듯 하다... 우리 같은 범인들이라면 모를까 법률가가 이런 긴가민가형 서술어를 감히 조선일보 시론에 써도 되는 것인지 당신의 법철학적 양심과 글쓰기 실력에 묻고 싶소.

환경운동연합에도 나쁜 놈은 있기 마련이오. 참여연대에도 내가 모르는 나쁜 놈이 있을 것이오. 조선일보에는 나쁜 놈 없소? 사회에는 나쁜 놈, 좋은 놈, 이상한 놈이 섞여 있기 마련인데 분포가 어떻게 되느냐가 문제인 것이오. 돈을 삥쳐 먹었으면 그게 환경운동연합이던 조선일보던 변호사던 나쁜 놈, 나쁜 짓 되겠소. 이 나쁜 짓을 무슨 집시법 같은 것과 같은 맥락의 불법으로 이해해선 안되는데 벌써 당신은 그렇게 이해했으니 이것 부터가 문제라고 생각하오. 모든 법이 똑같은 원리로만 작동되는 것마냥 생각하는 비현실적인 법이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오. 도대체 왜 법률가들은 아직도 소크라테스 시대를 그리워하는지 모르겠오. "자금 관리와 부정에 대한 처리가 동창회만도 못한 듯하다." 당신, 동창회 안해 봤소? 대한민국 동창회에서 총무라는 놈이 동창회 통장 들고 튀는 일 비일비재하오. 부정에 대한 처리요? 에이 친구끼리 왜이래, 걍 술이나 한잔 하고 풀어... 이게 동창회 아닌감요? 뭐 좀 산뜻한 논리 없소? 초장 부터 통밥에 계속 통밥인데다가 변호사 쯤 했으면 나쁜 놈, 좋은 놈, 이상한 놈 산전수전 다 겪어 봤을 법도 한데 허술하기 이를데가 없소.

"좌파가 주도하는 시민운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 맞은지 오래되었소. 아니 시민단체가 바라보는 사회는 언제나 위기이고 그 위기가 시민운동의 동력인데 오늘날 사회의 위기는 운동의 기폭제가 되지 못하오. 왜냐하면 시민사회가 그 위기를 통채로 감당하려 하는 패배주의에 휩싸였기 때문이라오. 가난한 자가 부자에게 투표하고 저항은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소. 시민단체의 위기는 시민사회의 위기오. 이건 일전의 학생운동에서 사용한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라는 자본과 글로벌의 문제에서 찾아야 할 것이오. 근데 무슨 유레카인양, 2000년 총선의 낙선운동에서 그걸 찾으시오? 게다가 혁혁한 성과를 냈는데 정파성과 선거법 위반으로 국민이 견제 없는 권력을 견제 하기 시작해서 좌파적 시민운동이 위기를 맞았다굽쇼? 해괴하구려, 해괴해... 지금 국민은, 아니 시민은, 아니 민중은 자신들의 사회가 어떤 위기를 맞고 있는지도 분간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오. 종부세를 내려 부자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서민은 이에 대한 저항을 거세하고 언젠가는 나도 종부세를 내고야 말겠다는 허망한 희망으로 노동에 박차를 가하거나 로또를 산다오. 이런 사회 제도에서는 절대 개인의 노동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는데도 분간을 하지 못하오. 물론, 당신 같은 신자유주의적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가난한 자의 이런 허망한 희망이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굴리며 자본에 종사하고 당신들은 그런 자본으로 자본을 굴리면 되는 아주 이상적인 사회체제에 박수를 보내겠지만 말이오. 차라리 신자유주의, 글로벌, 자본 이 셋중에 하나만 나왔어도 당신의 그 좌파가 주도하는 시민운동의 위기론에 논리적으로는 인정을 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오. 근데 이건 도무지 통밥을 넘어 해괴로 가고 있으니 참으로 이 나라 법률이 어떻게 되려고 하는 건지. 걱정만 생기오.

"그 시점에서 시민단체는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운동으로 전환했어야 했다....... 불법시위에 늘 앞장섰다. 야간의 도심을 '해방구'로 만들었던 광우병 촛불시위에도 어김없이 참가했다." 그 시점이란 2000년 총선 낙선 운동 때를 말하는 것이오? 시민을 위한 시민운동이란 무엇이오? 광우병 촛불시위에는 수십만명, 아니 연인원으로는 수백만명의 시민이 참여 했소. 이렇게 많은 시민이 거리에서 토론하고 광우병 쇠고기 먹지 않겠다고 저항했는데 이때 시민단체가 참여하지 않으면 무엇이 시민을 위한 시민운동이오? 당신이 혹여 해괴하게도 청계천 광장에서 비보이 공연을 주최하는 시민단체 같은 것을 설마 떠올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당신의 지성을 보호해주고 싶소. 시민단체의 운동성, 최소한 참여연대로 국한해서 보겠소. 물론 당신은 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을 것이오. 참여정부때 참여연대인사들이 청와대나 국무총리실로 많이 가지 않았느냐 모 이런 얘기. 그렇소, 당신들은 140명 갔다고 하는데 당신들이 잃어버린 10년동안 70명 정도 정부기관으로 이동 했다고 하오. 그래도 참여연대는 비판을 끊지 않았소. 예를 들어 이런 가정을 해봅시다. 민주노동당이 집권을 했다고 칩시다. 이때 참여연대인사들이 너도 나도 정부쪽으로 움직이고 민주노동당이 하는 일에 죄다 동의하고 힘실어 주는 운동만 한다고 칩시다. 그럼 참여연대는 끝이오. 시민단체가 아니오. 이런 일은 정부기관이 하는 것이지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의 위기를 모니터링하여 제도 개선을 운동적으로 해 나아가야 하는 시민단체의 가치는 아닌 것이오. 권력의 코드에 맞는 일을 한다면 이런 가치를 잃어 버린 것이기 때문에 참여연대는 간판을 내려야 하오. 민주노동당이 집권을 해도 권력은 권력인 것이오. 비판이 있어야 하는 법이고 그것이 시민을 위한 시민운동이 되는 것이오. 왜 뉴라이트가 시민단체가 아닌지 좀 감이 잡히는지 모르겠소.

아마도 당신이 중점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정부에서 보조금 받고 그것으로 정부를 비판하는 광우병대책회의 활동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하고 싶은 것 아니오? 광우병대책회의에 참여한 시민단체 85곳에서 총 122억원의 정부 보조금이 그야 말로 보조되었다고 하오. 당신의 말에 의하면 그렇소.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한 시민단체는 대략 천오백개 정도 되오. 나는 이런 의문이 생기오. 왜 85곳만 받았을까? 천오백곳 전부 정보 보조금을 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당신의 최초의 통밥과 이것에 약간의 논리 적용이 가능할 것 같소. 건강하고 민주적인 정부라면 세금으로 시민운동을 보조해야 할 책임 같은 것을 느끼리라 생각하오. 시민단체는 통념적으로 돈 없이 이념만으로 사는 사람들의 오가니제이션이 아니기 때문이오. 불법시위에 앞장서는 시민단체에 돈을 대주는 선진국은 없다고 했는데, 선진국은 시위 자체를 불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같은 뜻으로 회합을 하려면 거리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다가 그 회합에 어울리지 않는 또 다른 시민들을 분리시켜 최대한 보호하고 다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물대포를 쏘진 않는단 말이오. 프랑스 같았으면 수십만명의 시민이 일주일만 거리에서 시위를 하면 연합노조가 자동으로 총파업을 하는 시스템이오. 그렇게 많은 시민이 모여 그만큼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고 정부는 그 소리를 성실하게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오. 이러한 운동에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해서 활성화 시키는 것이 선진국의 민주적인 정부의 사례이며 권력에 대한 시민의 견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동의 하는 것이 선진적 이성이란 것이오.

"정부지원사업비의 30~40%를 단체의 운영비로 전용한다는 사실은 '업계'의 상식이다." 당신의 논리가 왜 이렇게 해괴한지 보여주는 단어가 드디어 말미에 등장하오. 업계, 시민단체를 업계로 보는 당신의 조악한 인식의 한계 말이오. 그리고 무슨 사업을 하려면 그 사업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법률가라 사업은 잘 모르시나? 어쩌려나, 암튼 사업에는 인건비가 가장 많이 들고 인건비는 곧 운영비오. 30~40% 가 아니라 100% 를 써도 모자른 것이 인건비인데 시민단체 상근자들한테는 급여를 동결하고 그나마 나머지로 더 좋은 스피커, 더 좋은 프랭카드라도 써서 사업하는데 뽀대내서 관심이라도 끌려고 60~70% 를 쓰니까 사업이 되는 것이오.

"시민운동은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려는 시민들의 자발적 노력이다. 따라서 시민단체는 자체 회비로 운영되는 게 원칙이다." 아주 좋은 얘기오. 참여연대 자체 회비로만 운영되고 있소. 당신들의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도 반드시 그리해주길 바라오.

"범법자의 생활비를 세금으로 대 주는 일이 되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법률가라면 집시법 한가지만 운운하지 말고 헌법 같은 것도 읽어 주고 시대 상황, 그리고 왜 그리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지 전후 사정을 다 고려하고 법을 들이 대길 바라오. 게다가 범법자의 생활비 라는데, 살인자도 국가가 제공하는 감옥에서 먹고 자고 입고 싸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소. 살인자도 그 죄에 벌을 받는 동안은 우리가 그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다는 말이오. 이런게 사회요. 서로 의지하고 책임지며 홀로 외롭지 않도록 하는 사회 말이오. 내 생각엔 당신은 범법자에게 생활비를 대주는 것이 너무 아까운 것 같은데 이참에 세금을 내지 않는게 좋겠다는 생각이오. 게다가 그렇게 순수한 분이 변호사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소. 무죄를 추정해야 겠지만 꼭 무죄인 사람만을 골라 변호하지는 않을 것이지 않소? 그럼 그 범법자가 주는 수임료는 어떻게 순수한 마음으로 받으시는지... 범법자가 주는 돈으로 생활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니오?

아무쪼록 이 가을, 지성에 흠집내는 이성과 가치관을 키우는 독서를 권장하는 바이오.

P.S
행여 또 오해 할까봐서, 참여연대나 진보신당의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이거나 그런 입장은 아니니 호들갑 떨지는 마시오.

조선일보 시론 [시민단체와 돈]

2008/09/24 01:51 2008/09/24 01:51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퇴사, 안녕

2008/06/04 16:46 / 편지

이제 7년이나 머물렀던 회사를 떠나려고 해요. 오늘 날이 침침하면서도 상큼합니다. 며칠 인수인계하고 행정적인 절차가 정리되면 다시는 출근하지 않을꺼에요.
7년이나 부대꼈으니 아니 다사다난할 수가 없습니다. 적금도 수차례 깨졌고, 신용카드 돌려 막기도 해보고, 연애하고 이별하고, 싸우고 꿰매고, 나쁜 짓, 착한 짓... 이런 것들이 모두 제 삶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제 낡은 스킬과 세련되지 못한 자세를 견뎌주던 그대들에게 직급과 직위를 벗어 던지고 인간으로 술 한잔 대접하고 싶네요.

많은 것들을 섭취하고 배설하고 갑니다. 아침에 일어나 눈 감았을 때 보았던 별들의 회오리를 그리워하며 이제 날이 밝았으니 반사회적이고 엥똘레랑스한 프로젝트에 서로 엉겨 있던 몸을 먼저 빼내려 한다고 아쉬워하진 마세요. 어쨌든 우리에겐 치열했고 지리한 시간이 공평하게 존재했고 이것은 우리의 소중한 직업이었으며 정체성입니다. 어느 봉우리에서 서로 얼룩진 땀을 발견할 날이 있을, 우리는 같은 종족이었다는 점을 잊지는 마세요.

그러하니 우리 아름답게 헤어집시다.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시를 쓴다면 그 시보다 더 시적인 사건들을 겪을 테니 우리는 시리고 아플 것 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을 자꾸만 잊게 만듭니다. 그러하니 헤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지요. 그럴수록 우리 잘 있습시다. 저도 어떤 꿈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갈 것이고 여러분도 그러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꿈은 결코 목적 지향적이지 않고 그저 다다를 수 없어도 슬프지 않은 것이면 됩니다.
나는 이만 그대들과 이 자리에서 헤어지겠지만, 여러분은 그 자리에서 서로 연대하며 아프지 않기를 바래요.
그럼, 안녕..

2008/06/04 16:46 2008/06/04 16:46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2006/03/22 23:18 / 편지
무정부주의자인척 하던 그는 결국 어항속에서 담배를 피웠다. 담배연기가 아가미를 가르고 피가 나왔다. 어느 뼈에 걸려 있었던 혈액인지 색깔이 푸르다.
관리비가 밀리고, 가스 사용료 독촉장이 쌓였다. 그, 인생의 고비는 고작 여분의 과태료 정도다. 그래서 그, 고민이 없다. 그의 정신이 고여 피가 푸르다.
피가 말라 뼈만 남아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추억을 더듬는다. 동냥하던 금붕어에게 추억을 팔아 버린 기억만 남아 있다. 그는 여전히 허기지고 문명 사용료를 내지 않은 채 노숙을 시작했다.
딱, 몇달만 그렇게 살아보면 그,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고 했다. 우울한 건 생존 자체에 관심이 없는 자들의 소유물이라고 했다. 그는 아침마다 어제 토해낸 푸른 피를 다시 마신다.
그, 더 이상 몸이 고여 노숙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과태료를 좀 물고 가야할 곳을 만들겠다 했다. 그, 그립고 보고 싶은 것에 편지를 쓴다. 혓바닥에 묻은 푸른 피를 몽당연필에 연신 찍어가며 다시 만드는 내일을 준비한다.
그,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다. 푸른 피를 마시는 무정부주의자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2006/03/22 23:18 2006/03/22 23:18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I 社 와 K 에게...

2005/07/12 22:04 / 편지
내가 대학교 때, 국제경제학 교수였던 호테크 선생은 이런 말을 했었다. '여기에서 경영학이나, 경제학을 배운 국제 학생들은 여기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의 고국에 돌아가 배운 것들을 부단히 써먹어야 한다. 비즈니스는 여기서나 제군들의 고국에서나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이 말씀에 감동을 먹고 네셔널리티에 한껏 고무되어 막연한 애국심이 불탔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한마디로 'Yellow, Go home!' 아닌가?

나도 정통부 기준 기술자 등급에서 고급인 사람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식 비즈니스의 정치라면 할만큼 해 봤다는 얘기 되겠다. 그래서 약아 빠진 속물로 봤다면 정중히 충고컨데 좀 더 떡을 썰고 찾아 오는 것이 좋을 듯 싶다. 예의를 갖춰 좀 더 솔직해 지면, 감동 어린 말이나 글이 없다는 뜻이다. 그대들이 무슨 말을 해도 비판할 준비가 되어 있는 냉소적인 사람이란 뜻 되겠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나를 소개할 때는 이정도는 순수해진다. 게다가 나는 잘못하지도 않았잖은가...

부당하거나 그릇된 것이 있다면 그렇다고 말하고, 혹여 그것이 용기를 백배해도 어렵고, 또는 홍길동식 비즈니스 정치의 미덕에 어긋난다면, 그대들은 충실한 아담과 이브의 후손이기에 하지 말라는 짓을 서슴 없이 했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백보를 양보한다고 하더라도 잘못한 사람이 사과를 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어떤 인더스트리에서 충분히 그대들의 역할이 출중하여 성장했던 역사에 대해서 못 인정할 부분은 없다. 대략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은 그 탑에 명예라는 돌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잘못을 한 것 치고는 너무나 가증스러운 그대들의 입장, 타인의 명예를 침해한 것 치고는 너무나 얕은 술수, 거기에 치졸한 비즈니스, 비겁한 자기 방어, 방만한 도덕, 순수하지 못한 자존심, 그리고 이어지는 뻔뻔한 생활까지... 이종격투기 판이 되어도 좋을 각본은 모두 갖추고 있는 일이라면 그대들의 거친 숨을 들으며 피를 묻혀도 좋다. 그대들의 명예를 지켜주고 특히 K, 그대의 경력으로 밥은 굶지 않게 해야 겠다는 나의 걱정은 그대들이 처절하게 나이브 하다고 가르쳐주고야 말았다.

그대들이 한 행위에 대한 나의 관대는 이것으로 끝이다. 그대들은 나의 걱정을 자괴심으로 바꿔 놓았으며, 그대들은 명예를 훼손 당한 사람에게 주어진 회복의 시간을 그대들의 비열한 정치적 시간으로 사용하였다. 모르지 않았으나 내 참고 지켜봤다. 난 담담하게 그대들의 최초의 잘못된 행위 뿐만 아니라, 그대들이 30여일 가량의 시간 동안 보여준 허튼 행위 자체를 더러운 쥐오줌으로 규정한다. 그대들은 볕이 드는 구멍이라도 할당된 쥐새끼조차 못된다.

내 감수성이 그대들의 역사를 묻어 더러운 쥐오줌이 핀 벽지를 새로 도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고, 그로 인해 내 정서에 흠집이 생겨 사랑을 좀 더 아름답게 할 수 없고, 무지개 너머 넓은 세상을 꿈꾸지 못하더라도 나의 정직한 노동은 팽겨치고 왜곡되어도 좋다.
비열한 행위 자체에 대해서 묻기도 전에 사회 구성원인양 인간 실격의 자세를 보여주는 생활은 여기서 멈춰주어야 한다. 그 생활을 하는 동안 명예라고는 조금도 알길 없는 그대들은 피해자를 파렴치하게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을 테니, 그대들의 역사를 묻어 비록 원수가 되어도 좋다.
내가 더욱 철저해지고 피가 차가워지기 전에 오르다 말고 걸어가다 마는 인생만 있는 것이 아님을 부디 깨닫고 무릎 꿇기를 바란다. 또 다른데 가서 타인이 고생한 것을 훔쳐 지것인양 행세하면서 세상에 쥐오줌이나 비비지 말고... 그대들이 줄타기하던 운은 나를 만나 여기서 끊어질 것임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노라.
2005/07/12 22:04 2005/07/12 22:04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아버지에게

2005/06/01 21:01 / 편지
아버지와 저는 무심코 노을이 뜨는 날처럼, 무심코 아버지가 계시구나, 아들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에 잠시 멈춰서서 인사를 하는 사이처럼 보입니다. '사이' 라는 말은 맞지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느닷없이 아버지가 되셨고, 아들이 된게 아닐진데 사이라는 말속의 뼈가 연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만큼 아버지는 아버지의 공장에서 저는 저의 공장에서 기계처럼 쉼없이 돌아 갔던 때문이 아닐까요. 가끔 노을이 뜨면 아버지가 저렇게 계시는 구나, 그렇게 안락하게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노을도 꽃을 피게 하는 볕인데도 말입니다.

미국에 가기전, 생각도 잘 나지 않지만 필시 그랬을, 제 귀찮은 손을 잡아 끌고 동행했었던 소백산, 기어코 정상에 가야 한다며 지쳐버린 자식을 또 잡아 끌으셨던 아버지의 손이 젓가락도 잡기 힘드실 정도가 되었다고. 아직도 아버지의 쉼 없는 노동은 어린 자식 끼니를, 다 큰 자식 결혼을 위해서랍니다. 아버지의 35년간의 지루한 노동에 대한 댓가는 그것뿐이랍니다. 저는 아직 아버지의 짐을 나누어 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아버지의 손은 제게 준비를 하라고 이르십니다. 소백산에서 가득 부어주시던 막걸리만큼의 힘인데도, 아버지는 이제 그것도 없다고 하십니다.

아버지의 걱정처럼, 이 놈이 커서 제 앞가림은 하고 살까?, 아버지의 노동을 저는 부정했을 테지요. 아버지의 노동속에 신념이 저 때문은 아닙니다, 아버지의 시련이 비록 저 때문은 아닙니다. 아버지의 청춘은 온통 제 밥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否定이 전통에 대한 극복인양, 가부장에 대한 투쟁인양 저는 얇팍하게 떠들었을 테지요. 아버지의 세계속에서 공과 사의 구별, 겸양의 미덕, 사리의 비판은 차가웠지만 어버지의 모습이셨죠. 아버지는 제가 그것을 닮아 갈꺼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을지 모르지만, 아버지의 삶은 어쩌면 그대로 저의 삶이 되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게 싫었습니다. 아버지의 살아 보이심에 함부로 들어 섰으면서도 저는 그게 싫어 투쟁하기만 했지, 겸손할줄 몰랐습니다.

어제는 아버지, 노을이 풍경속으로 점이 되버리고, 오늘은 제가 옥상위에서 두들겨 패던 이불에서 먼지가 날아가 노을에 번집니다. 저로부터 나온 먼지가 여전히 아버지의 노을이 됩니다. 아버지는 오늘의 노동이 있기에 쉼이 없으며 아직도 자식이 혼자서 저렇게 있는 꼴이 아름답지는 않는 것이라며 병원도 가지 않으십니다. 아버지, 저 독신자로 살 생각 없습니다. 그저 마음속에 사랑을 잠시 기다리고 있는 것 뿐이라고, 말씀 드렸었던 가요? 그러니, 이제 아버지의 가열찬 노동을 멈추셔도 됩니다.

아버지는 제 삶을 위해 소백산을 오르셨지만, 저는 고작 아버지를 위해 병원을 수배합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저 사이의 폐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눈물이 약이 된다면 며칠을 흘릴 수 있겠지만, 아버지의 대지엔 잠시 적셔지기만 하겠지요. 아버지의 책꽂이에 제 책이 쌓여 가는 두려움, 하지만 아버지, 전 이제 두렵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질주하셨던 숨찬 광야이기에 전 두렵지 않습니다. 아버지... 아직도 이렇게 징징거리기만 하는, 미덥지 않으시겠지만, 제가 자르고 못박은 의자를 거기에 내 놓을까 합니다. 언젠간 제 책이 나머지를 채울 것을 아셨던 것 만큼은 헤아리지 못하지만, 그 의자에서 아버지의 뼈가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 오늘, 식사는 잘 하셨는지, 이제 제가 전화를 겁니다.
2005/06/01 21:01 2005/06/01 21:01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C 와 Y와 L 에게...

2005/03/31 20:18 / 편지
이 지상에는 내가 아는 이름보다 휠씬 많은 사람들이 한줌의 삶을 기탁하며 살고 있다. 내가 아는 이름 중에 20명이, 그들의 삶속에 기록될 공통의 노동을 위해 여기 모여 있다. 그것을 프로젝트 라고 낭만하고는 담쌓은 언어로 부른다는 걸, 알고 있지?
알다시피 20명중에 3명이 있다. 그 3명은 자기들 C, Y, L 이다. C 는 사념없는 노동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잘 모르고, Y 는 마음이 여려서 안되는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곧잘 눈물을 흘리지, L 은 팀의 막내면서 몸이 약해서 잘 아프고 끼니를 거르기 일쑤야, 그리고 C,Y,L 자기들은 모두 신입사원이지. 걷고 걸어 별까지 가야 하는 삶속에 C 와, Y 와, L, 자기들은 위태한 서까래 밑에 잠 재운 아이들 같아.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어제 철야한 Y 는 집에 들어가 자고 있을까? 어제 저녁 밥을 거른 L 은 라면이라도 끓여 먹었을까? 오늘쯤 C 는 관점을 바꾸고 제대로된 문서를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출근을 하지... 정말로...
내가 오늘 자기들한테 한 말들을 적어보자, "또 밥 안먹었어? 따라와 나랑 같이 밥 먹자, 다시 한번 이런 컨셉으로 해보자, 이 정도 가지고 팔아 먹을 수 있겠어?, 이메일만 날리면 끝? 체크를 해야지, 여긴 모르고 있자나..." 등등 이었지.
하나하나 닦아주고 입혀주고 떠주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사람은 쉬더라도 노동은 쉴 수 없다는 나의 관점. 더 이상 성실한 노동이 아름다운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을 때, 나는 Y 에게 온몸이 부셔지도록 추궁을 했고, Y 는 울었어. C 의 관점은 더 이상 인정해줄 수 없었기에 가차없이 노동에서 철수시켰어. Y 는 울면서 담배를 피웠고, C 는 입맛이 없다며 밥을 걸렀고, L 은 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는 것도 알고 있다.
Y 와 C, 자기들을 불러서 이런 말을 했지...
"지금 현재 뭐가 제일 힘드니? 자존심 상하지? 쪽팔리고? 상심하고 있지? 왜 이 직업을 택했나 회의가 쓰나미로 밀려오지? 옥상 올라가면 확 뛰어 내리고 싶지?"
"지금 상심하고 있으면, 계속 상심해... 더 상심하고 더 쪽팔려해... 죽고 싶을 만큼 해... 대신, 기간은 오늘까지야. 그리고 앞으로 99번 더 상심해야 할테니까 이 기분을 잘 기억하고 있어, 100번은 상심하고 100번은 자기일에 회의를 느껴야, 남에게 충고할 수 있는 가치관과 신념이 생기는 거야, 17명은 다 걸어서 별에 가려고 하는데 니들만 뛰어서 별에 가려고 했어? 이제 시작했을 뿐이야, 앞으로 99번 남았는데 이렇게 어깨가 죽어 있으면 어떻게..."

C, Y, L... 노동엔 사념이 없는거야, 대신 힘들고 어려운 일 있으면 꼭 날 찾도록 해... 도움을 청하는데 손을 내려칠만큼 인격적으로 결함이 있진 않으니까... 밥 맛이 없을 땐 소주라도 사줄테니, 특히 옥상에서 뛰어 내리고 싶을 땐 꼭 날 불러...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도 손은 잡아 줄테니...
2005/03/31 20:18 2005/03/31 20:18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스티브에게

2005/03/19 19:20 / 편지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오늘 들었다. 주차장에서 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 벌써 며칠이 지났다고... 네 살갖이 내 살갖과 부대끼던 10년전의 시간을 거슬러 너는 나에게 이런 소식을 전하는 구나. 살아 있을 때는 소식 한번 없던 네가, 죽어서 비로서 말을 건네다니...
겨우 서른, 흐린 눈을 부비고 나니 너와 나의 10년의 공터가 새삼 서운하고 서글프다. 이제 슬퍼도 울 수 없는 공터가 되버렸다. 너를 끔찍이 사랑하던 네 누나와 너를 보살피지 못해서, 가슴 한켠을 너에게 내주지 못해서 내내 어둡기만 하던 네 아버지... 너를 보내고 기적처럼 견디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목구멍에서 가시가 돋는다. 이제서야 네가 보고 싶구나, 어떻하다가... 지지리도 운도 없고 지지리도 못난 녀석아...
또 한 10년쯤 지나서 네가 죽은 뉴욕의 어느 에비뉴에서 만나면 대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이 되면 네가 묻힌 묘지가 날 기다리겠구나. 잘 살기를 바래, 무엇보다 건강하기를... 그런 막연함이 너에게는 통하지 않겠구나.
너와 내가 아슬아슬 하게 보냈던 시절만이 잿더미로 남아 뜸금 없는 어느날 무턱대고 생각나겠지, 해픈 웃음을 짓다가도 네 죽음이 두르마리 화장지처럼 풀리는 날이면, 목이 메어오겠지... 마치 내 허망한 질주를 탓하듯... 매 순간 목숨처럼 살다가도 그것이 없으면 무슨 소용일 건지, 그렇게 너는 나에게 또 하나의 빈집이 되는 구나.


1993년 봄, 네쉬빌 테네시 ~ 2005년 3월 8일
2005/03/19 19:20 2005/03/19 19:20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혜령이에게

2005/03/03 21:39 / 편지
카페 Plastic 에서 "오빠, 매일매일 재밋게 보냈어" 라고 말하던 네 눈가가 빨게 지더구나, 오후 2시 버스를 타고 떠난 겨울 때문도, 멀리 떠나신 아버지 때문도 아닌, 선홍빛 의미를 내가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네가 2년만에 일본인을 친구로 데리고 와서 유창하게 대화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스러웠는데, 가뜩이나 약해진 내 심장도 어느덧 네 눈빛과 같은 색을 내는구나.
네가 "지금 한국에 가도 할일이 있을까?" 전화로 고민을 털어 놨을 때, 할일은 있는데 오지 말라고, 거기 계속 있으라고 말해 놓고 나서 내가 무슨 권리로 네 삶을 오라 가라 말아라 할 수 있는지, 행여 네 처지나 네 고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행여 섣부르게도 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섬짓했었다. 그래서 네가 다시 전화를 했을 때, 보고 싶으니 언능 오라고, 전편의 실수를 희석시키는 어정쩡한 말을 하고 말았다. 내 실수를 덮어주기라도 하듯 너는 그곳에 남아 기어이 대학원에 들어가고야 말았으니, 난 네가 고맙고, 15년을 알고 지냈는데 지금 네가 가장 멋지고 가장 이쁘다.
갈비를 실컷 먹고 일본에선 있어도 못 먹었다며 바닷가 문방구에서 물감을 산 포구의 소녀같은 네 표정은 아직은 네가 씩씩하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그 표정은 잃지 말기를...
그래, 네 말대로 가난은 힘든 것이고 낭만적이지 않다. 돈만 있었다면 스타벅스에서 주말까지 일하지 않아도 됐고, 이단 교구의 기숙사에 살며 전도를 강요당하며 네 시간을 뺏기지 않아도 됐고, 한국어 과외를 하며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됐고, 식당에서 접시를 닦지 않아도 됐다. 그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고 싶었던 네 마음은 네가 아니더라도 나도 잘 알고 있다. 네 힘든 생활을 너 같은 사람 많다며 뭉둥거릴 수 없는 것은 네 생활은 그것으로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네 눈물들을 하나씩 보여주며 그래도 씩씩하게 "오빠, 내가 너무 불쌍해 보여? 아니야, 실은 매일매일 재밌게 보냈어" 라는 너에게, 내 엉성하고 날날이 같은 유학생활은 예제가 될 수 없었다.
2년후에 나이 그렇게 먹고 네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고민이고, 그런 고민은 부족함 없이 더 하도록 해라... 중요한건 네가 이제 당당히 네 힘으로 길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던 네 걱정은, 네가 식당에서 어두운 기숙사에서 생활의 가난에 스스로 내린 핍박과 공부의 갈등 속에서 흘린 수천개의 눈물은, 네가 앞으로 지금 서 있는 길에 대한 후회를 하지 않을 절실함이 있었다는 것을 나중엔 꼭 알테니, 지금은 너무 조급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분명, 그 절실함이 네 평생의 버팀목이 될 테니...
바람을 맞아 보았니? 다른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 바람이 되어 네 빰에 닿는 느낌을... 네 절실함은 다른 사람의 절실함 처럼 바람이 되어 또 나 같은 다른 사람의 빰에 닿을 거야, 너는 네가 짊어 지고 해치고 가야 할 수풀에 누구의 도움도 없이 신작로를 내기 시작한 것이고, 그렇게 살아 보여줌으로 나 같은 날날이들에게 경외를 선물하기 시작했다고...
이제 며칠이면 일본으로 돌아 가겠지... 오빠는 네 소녀 같고 씩씩한 모습이 또 보고 싶어 질 것 같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철 없는 날날이 오빠가 절대 후원한다는 것도 잊지 말고, 그닥 든든하진 않겠지만...^^ 이제 자주 전화할께... 건강해야 하고...
2005/03/03 21:39 2005/03/03 21:39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

정남이에게

2005/01/21 20:36 / 편지
네 편지를 보니까, 어느 옛날 내가 논산훈련소에서 보낸 6주간의 시간이 절박하게 묻어 나는, 그것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그 어떤 막막함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 병역특례로 겨우 4주간의 훈련, 또는 소풍?, 또는 두뇌의 휴식? 이 그 위치를 망각하고 빡세게 돌리고 돌아가서 네 입에서 단내가 폴폴 풍겼으면...하고, 못되먹은 생각도 아니 하진 않았으나, 명예로운(ㅋㅋ) 병장 제대도 아닌데, 나라에 충성 또는 기간병들의 부당한 폭력으로 네 몸을 훈련장에 지나치게 바쳐서 행여 훈련이 끝난 후에 팔, 다리 어디 하나에 삐그덕 병에 덜컥 걸려서 앞으로 나와 같이 홍대 클럽에 못가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병특의 나라 사랑은 훈련을 통해서가 아니라, 키보딩을 통해서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도록 해라...

네가 훈련소에 가기전에 부탁 했던 어떤 생각할 꺼리를 네 소원대로 적어 보낸다.
#1
국내 굴지의 보험사는 다음과 같이 세가지 전략이 있다. 브랜딩, 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전략이다. 우리가 키워드를 가지고 전략을 풀어 내듯이, 이 세가지 전략이슈를 하나의 키워드 'SMART' 라는 전략 키워드로 묶으려고 한다. 그래서, 각 Word 마다 고유의 컨셉을 도출하여 세가지 전략에 Matching 시켜 이슈트리를 완성해봐라
예) 커뮤니케이션 : S --> Super > 고객을 위한 슈퍼맨
#2
국내 굴지의 금융기관은 다음과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작년의 트랜드인 통합에 대한 이슈가 폭풍처럼 지나갔는데 향후에는 어떤 전략이 대세이며, 그 대세론에 포탈의 개념을 도입하고자 하는데 금융 업무별 포탈의 개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그 방대한 프로젝트를 한번에 진행할 것인지, 개별 단위 프로젝트로 진행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을 컨설팅해줘야 한다. 비용과 업무 진행의 측면에서 장단점을 생각하고 무엇이 최선의 방향인지 제시하도록...
힌트) 단위 업무별로 범위와 예산이 다른 4개의 프로젝트가 있다. 올해의 비즈니스 트랜드는 마케팅의 관점에서 업무를 관리(안되는 업무의 제거, 되는 업무의 부각)하는 것이다.

그래, 남자의 인생에는 짬밥이 필요한 때가 있다. 남자가 짬밥을 먹을 때는 뒤에 두고온 미련 따위는 저버리는 법이다. 남자가 짬밥을 먹을 때는 가슴에 있던 목숨을 두고 왔기 때문에 애초에 미련 따위는 없어야 되는 법, 네 목숨은 여기 잘 있으니 피우고 싶은 담배를 거기서 피워봐야 네가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니 전투복이 피우는 것이고, 마시고 싶은 술을 거기서 마셔봐야 니 전투화만 적실 뿐이다. 참! 넌 4주 훈련 받고 나올꺼지... 쩝...
밖에 소식은 궁금해 할 것 없다. 너 없어도 잘 돌아가고 있다..ㅋㅋ 왠일인지 거래소, 코스닥 주가도 잘도 올라서 재미도 좀 보고 있고, 여기저기서 제발... 프로젝트 좀 해달라는 통에 수주하면 걱정인 구도가 확실히 잡혀서 날마다 부사장님, 홍과장과 어떻게 하면 수주를 줄여볼까 목하 고민중이다. 그러니, 여기 생각은 하지도 말고 어디 한 군데 다치지 말고, 특히 키보드를 열심히 쳐야 하는 손가락은 잘 관리해서 부디 빨리 회사로 돌아와 재미나게 제안 작업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해라...
사람들이 너 준다고 홈런볼, 쬬리뽕, 에이스 등을 상자에 가득 사가지고 왔길래, 왠지 예비군까지 끝나 버린게 솔찮이 아쉬운거 있지? 옆에 있는 싸이하고 싸이좋게 나눠 먹도록 하고, 연예인 X 파일엔 싸이는 없다, 그러니 넘 실망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전언도 부탁한다. 그리고 사격할때는 잘 쏠라고 눈을 가늠쇠에 너무 가깝게 부치지 마라, 멍든다. 수류탄을 던질때는 냅다 던지고 터지는거 구경한다고 고개 내밀지 마라, 구정물 튄다. 각개전투할 때는 되도록 웅덩이 옆에 엎드리지 마라, 웅덩이 물튄다. 행군할 때는 뒤에서 걷지 말고 앞에서 걸어라, 앞에선 걷고 뒤에선 뛴다.
그리고 어제 회식했다. 네 얘긴 하나도 안했으니 행여 너 없다고 뒷담화할 것 같은 걱정도 안해도 된다.
어무쪼록 몸조심하고, 네 맡은 바 불침번에 최선을 다해 빨리 일어 나도록 해라~ 네가 돌아오면 조촐하게 인터콘티넨탈 호탈 크리스탈 볼룸에서 축하연을 할 계획이니, 월급 받은거 행여 PX 같은데다가 쓰지 말고 고스란히 가지고 나오도록... 그걸로 축하연 할꺼니까...
그럼... 나름 힘들고 추울텐데, 내복, 깔깔이 잘 챙겨 입고... 형은 추워서 소주한잔 하고 퇴근할라고...

2005년 1월 21일
너 불침번할 때 술 취해서 귀가하는 재크 형이...
2005/01/21 20:36 2005/01/21 20:36
DrunkenSTAR 가 씀 jackrh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