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는 사진에 대해서 잼병이다. 몇년전에 구입한 Nikon 885 가 차 뒷좌석에서 랜즈 덮개를 잃은 채 뒹굴고 있는 상태로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리라 본다. 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는 사진에 대한 존경심이 아니라 롤랑 바르트에 대한 오마주에서 비롯된 독서로 보는 것이 맞다. 롤랑의 신화나 기호학은 그의 세계관과 공명하여 언제나 접근 불가능한 울림을 그나마 엿듣게 하곤 한다.
The Museum of Modern Art 에서 Robert Frank 의 'Parade' 라는 사진을 보다가 그의 사진전이 11월20일부터 김영섭화랑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브레숑씨의 사진전을 비롯해서 올해 사진 대가들의 작품이 러시되고 있는 것은 금값이 오르는 사회적 현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닐지? 쓸데없는 생각을 해본다.
롤랑 바르트의 책은 어떤 것도 독자에게 쉽게 접근하고자 하는 미덕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가 없는 텍스트들 뿐이다. 모두가 은유하고 환유하는 실존적 기호와 기의들이 난무한다. 그나마 롤랑의 유작이 된 카메라 루시다가 쉬운 편에 속한다. 카메라 루시다의 몇가지 구절에서 거추장스러운 사유의 편린을 제한하고 작살처럼 와 닿는 것은 그 증거가 된다.

"아주 오래전 어느날, 나는 우연히 나폴레옹의 막내 동생인 제롬 (Jerome, 1784-1860)의 사진 한 장을 보았다. 1852년에 찍은 것이었다.
그때 나는, 그 이후에도 결코 지워버릴 수 없는 놀라움과 함께, '나는 지금, 황제를 직접 보았던 두 눈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때때로 나는 이 놀라움에 관해 이야기 했지만, 아무도 그것에 공감하거나 이해하는 것 같지 않아 보였기 때문에(삶이란 이처럼 작은 고독의 상처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 자신도 그것을 잊어 버렸다."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시간을 밝은 방으로 이끌은 사진에 대하여 프랑스 최고 지성의 통찰력은 그대로 나를 찌른다. 앙투앙 와토의 '시테섬으로의 순례' 를 본 로뎅이 등장인물들은 에고를 지닌 제각각이 아니라 시퀀스를 두고 배에서 섬으로 순례를 하는 한쌍의 등장인물로 통찰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진과 그림이 지닌 단 한번의 세계 형상이 실은 무한히 지속적인 놀라움을 부활시키는 실존적 표상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게 해준다. 이것이 롤랑이 말한 푼크툼(punctum)과 연관성이 있는지는 잘은 모르겠다만...

한달 전쯤, 최근에 마지막으로 본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에서 얀 베르메르가 목재로 만든 커다란 암실로 그림를 투영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그것은 카메라 루시다의 반대인 어두운 방 즉, 카메라 옵스쿠라 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 미술의 거장들은 이 카메라 옵스쿠라를 빌려 투영된 물체를 온전한 작품 세계로 끌어 들이는 예술 작업을 했다.
협소한 의미에서 물질에 투영된 정신세계가 미술이라면, 물질에 투영된 자연세계는 사진이라고 볼 수 있다. 얀 베르메르를 비롯하여 렘브란트, 알브레히트 뒤러 등은 카메라 옵스쿠라를 통해서 정신과 자연의 세계를 동시에 투영하는 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예술이란 이름으로 온전히 인정하지는 않았다. 데이빗 호크니는 결국 미술이란 것은 화가의 정신이나 눈썰미가 아니라 기계적 투영의 반영일 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사진학을 전공한 친구가 많이 찍는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지, 라고 한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찍고 보는 것에 잼병인 내가 일단 사진을 보는 것의 새로운 사유, "지금, 황제를 직접 보았던 두 눈을 보고 있다"와 비슷한, 고독으로 이루어진 삶의 고찰, 언제나 고독스러운 사진에서 시간을 발견하는 실존의 의미, 그것에 접근해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는 것처럼, 어떤 학문도 어떤 동사(Verb)를 많이 경험하고 사색한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는 것이다. 사진이 가르쳐 주는 것은 그런 것들이다.

WATTEAU, Jean-Antoine
The Embarkation for Cythera
1717
Oil on canvas, 129 x 194 cm
Musée du Louvre, Paris
2004/11/12 18:15 2004/11/12 18:15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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