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상어의 동경

2004/10/19 22:04 / 생각
남해의 완도군 보길면 예작도에 살고 있는 이항제씨는 마지막 상어 낚시꾼이다. 주낙이라 불리우는 낚시바늘을 이른 새벽에 바다에 던져넣고 셀로판지 같은 태양이 수평선에 오그라들 무렵이면 이네기라 불리우는 칠성상어의 거친 몸부림을 기대하며 주낙을 걷어 올린다. 대략 2 미터쯤 되는 상어를 두사람이서 잡는데 쓰는 도구는 상어의 콧등을 쳐서 기절시키는 몽둥이와 아가미를 잡아서 걷어챌 쇠꼬챙이가 전부다. 칠성상어가 사람을 해치는 상어는 아니라고 하지만, 시꺼먼 수면을 기어이 박차고 솟는 육중함은 저 심연의 밑바닥에서 잠자던 공포이기에 충분하다. 그런 공포의 콧잔등이를 보잘 것 없는 나무 몽둥이로 수차례 내려치는 이항제씨의 굵은 팔뚝은 이미 어부가 아니라 엑소시스트다. 상어는 이내 펄떡거리던 생존 의지를 반납해버리고 만다.
폭풍이 이는 날이면 자유로운 심연을 허덕였고, 날이 선 작두 지느러미를 별에 비춰보던 밤, 조류에 내맡겨진 몸이 천수로 썩어 모래바닥에 눕혀지길 동경하던 칠성상어의 생의 마지막에 보는 것이 이항제씨의 몽둥이였다니... 상상이나 했겠는가, 어디를 가야 할지 조차 모르고 어떻게 가야할지도 모를 절대공간의 바다, 제 아무리 속력을 내더라도 꽉 막힌 현실에 부딛치지 않았던... 하지만 상어는 기껏해야 시속 5노트로 그리도 고단하게 퉁퉁거리며 오고서야 겨우 닿은 곳이 소금기 얼룩진 춘추복 상의를 툭 털면 밀려오는 비릿한 냄새의 예작도 포구.
살 한덩이는 준경이 시집가는데 잔치 음식으로 쓰이고, 살 한덩이는 마을 노인정 경로잔치에 쓰인다고 끌려가고, 꼬리 지느러미는 특별히 이항제씨가 챙겨 빈 쌀독에서 삭혀지고...

더 이상 날생선의 푸른 동경은 없을지언정... 나는 반포동 킴스클럽에서 처분을 기다리는 자반고등어처럼 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펄펄 뛰는 활어는 아닐지언정... 나는 어느 날 포구 어귀 좌판에 늠름하게 펼쳐져 있는 칠성상어 일테다.
2004/10/19 22:04 2004/10/19 22:04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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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진희 2004/10/21 21:36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멋지네요. 그래두 바다는 절대 잊지 마세요. 펄펄 뛰는 활어였던 사실도 잊지 마시구요. 늠름하게 오랜시간 펼쳐져 있다 보면 '나는 왜 한때, 그 바다속을. 그렇게 힘겹게 헤엄쳐 다녔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구요. ㅋㅋㅋ.
    drunkenstar 라는걸 힘겹게 기억해내서 들어왔습니다. 잘 보고 가요~ ^^)/

  4. Jack 2004/10/22 11:17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후회하지 않아야 하는데, 너무 오래 늠름하게 펼쳐져 있지 않아서인지 자꾸만 후회만 막급입니다. 그래도 바다에서 바람이 부니까, 살아는 봐야 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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