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2008/04/04 14:48 / 생각

사형이 성립되는 죄가 있을지, 순진한 생각을 해본적도 있지만 다른 어떤 형벌보다 사형이야 말로 단순한 이치로 벌을 선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적건 많건 간에 사람을 죽였을 때, 그 독하디 독한 마음을 사회적 함의에 담아 처형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면 모두 그와 같이 죽임을 당하는 것도 아닙니다. 과실도 있고 사고도 있는데다가, 적게 죽이면 살인자 많이 죽이면 정복자라는 봉건때적 구린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으니 사형의 성립은 죽임의 행위와 직접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사형이 존재하는 것은 일종의 두려움이기 때문입니다. 사형이란 두려움이 전파하는 질서와 지배가 역사적 인식으로 증명 받아 왔기에 사형을 집행하던 하지 않던 그 존치만으로 지배자에게 안심을 줄 수 있지요. 이러한 안심은 피지배자도 마찬가지로 느낍니다. 사회의 안정과 질서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사형이 없어지면 사형에 준하는 범죄가 활개칠 것이 분명하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지만, 이는 자신도 사형에 준하는 범죄나 과실을 범할 수 있고 따라서 사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는 또 다른 두려움을 동반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란 가정, 이것은 모두에 서술한 사형이 성립되는 죄가 있을까? 란 순진한 생각과 같은 맥락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가정은 보편적이지 않는 윤리나 양심에 비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수많은 전과를 가진 사람일 지라도, 일반적으로 설정하는 자기 안심, 본인 제외의 이성적 오류의 근거가 됩니다. 사람들은 사형은 있어야 되지만 나는 사형수가 될일이 없으며 어떤 범죄를 저질렀어도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지르지 않을 것이며 어쩌면 그것이 범죄일지라도 다음에는 걸리지 않게 저지를 수도 있다고 까지 생각합니다. 사형제의 존치 여부는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진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형제가 결과에 대한 사회적인 함의인 것처럼 원인을 꽤뚫는 것은 공동체에 의한 계몽과 교육 뿐인 것이지요. 하지만 지배자는 이러한 계몽이 사형과 같은 결과적 제도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하는 것이 반복될 수록 원인을 계몽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배자, 오늘날의 공권력은 사형제를 암묵적으로라도 필요로 합니다. 사형제를 인권의 범주에서 해석하는 것과 사회적 질서와는 별로 관계가 없어 보여요. 인간이 존엄해야 하는 것에서 사형과 살인은 모두 극단적인 반인권적 사례인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질서라는 측면에서는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에 지배자건 피지배자건 간에 사형제를 진지하게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우리 마음속에 사형제는 모두 다르며 그것의 두려움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제약 받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사형제 즉, 생명의 존엄을 놓고 토론을 하는 것도 애초에 불가능한 것입니다. 토론이나 합의적 담론을 통해 사형제의 존치나 폐지를 논하는 것은 일종의 용기와 무관심이 뒤범벅된 의미 없는 잡담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것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사형에 준하는 범죄 또는 일을 당한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의 정도를 우리는 결코 겪어 보지 않은 이상 도저히 이해하거나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런일의 결과는 안타깝게도 그 사람마저 생명을 잃어 우리에게 한마디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형제의 존치를 논하기 전에 당사자를 생각해봐야 할 것 입니다. 앞으로 예정된 죽임을 당할 사형수도 당사자 입니다. 마찬가지로 사형수로 부터 죽임을 당한 사람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현장에 주목해야 할 것 입니다. 인간 감정의 가장 참혹한 두가지 의지, 죽임과 죽음이 공존하던 그 현장에서 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할 것 입니다. 용서할 수 있을지, 용서할 수 없을지를 말하는 것은 결코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사형제 존치와 폐지를 언론의 어떤 피상적 현안에 기대어 짐짓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 그것은 죽임을 한 정모씨와 혜진이 예슬이 뿐만 아니라 찢어진 아이들을 부둥켜 안지도 못하는 부모에게 할 짓이 아닙니다.

2008/04/04 14:48 2008/04/04 14:48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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