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덩이 몸이 그리 상하지 않아 성산에 가보았더니, 이생진 선생이 살림을 차린 바다가 설교를 시작한다. 소주 한병 주거니 받거니 해야 옳은데 언덕에서 지쳐 남들이 서로 앞질러 오르는 봉우리, 쳐다보기만 했다. 단번에 미끄러지는 법을 먼저 배우는 아이가 있어, 어디 사냐고 물었더니 낯선 사람에게 제 거처를 숨기는 법도 배웠나 보다.
등대에 기대어 코골고 주정을 해야 옳은 데, 내가 너무 당신에게로 가지 않아 생긴 탈에 대해서 혼자 고백하고 혼자 고독해했다. 아이는 미끄럼이 계속 즐거운지 제 거처도 잊고, 나는 내 거처와 골목을 떠올리며 성산을 내려왔다. 아이에게 앞으로 사랑하거든 네 거처를 먼저 얘기하는 법을 알려주고 올 걸, 깜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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