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balls 통조림

2005/07/28 22:25 / 생활
일주일에 한번씩 대형 마트에서 카트를 끈다. 집에서 밥을 챙겨 먹을 타입이 아니기에 일주일에 한번의 간격은 집을 온통 인스탄트 창고로 만들어 버린다. 3분 카레나 짜장은 이미 고전이고, 육계장이나 북어국팩은 알코올 복용 후처리로 요긴하다. 스팸이나 참치는 사이드 디쉬, 정체성을 부여해야할 생고기는 지양하고 후라이팬에 굽거나 수도물을 끓여 데치기만 해도 되는 쏘세지에 먼저 손이 간다. 만두소 사건이 있었을 때도 묵묵히 야식 꺼리가 되어 주던 냉동 만두는 거의 주식이고, 라면에 말아 먹을 햇반은 라면 끓인 냄비에 물을 붓고 10분만 끓여 놓으면 면을 다 먹을 동안 따땃하게 덮혀진다. 남산을 보며 홀짝 거리는 맥주 옆에는 간이 잘 맞아 자꾸만 손이 가는 돌김구이.

생각해보면 인스탄트 나쁘다면서, 그걸 알면서도 마이크로웨이브와 인스탄트는 독신자 생활 그 자체다. 수퍼사이즈미의 나라인 미국보다도 그 종류가 다양한 듯 하다. 엇그제도 인스탄트 사냥을 하던 중에 대충 그 위치 정보를 꾀고 있는 마트 구석에서 여전히 빨간 테그를 두른 campballs 통조림을 발견했다. 대표적인 미국식 인스탄트 통조림이다. 치킨 누들 스프, 크램차우더 스프, 머쉬룸 스프 등은 육계장이 간절하던 내 유학 생활의 눈물 같은 것이 었다. 사실 campbell 스프는 내용물이 부실하다. 스프 안에는 닭기름만 둥둥 뜨고 누들은 기름을 온통 먹고 불어 있다. 그래도 냉동 야채를 찬밥에 섞어서 볶음밥이라도 할라치면 마땅히 벅벅함을 달랠 꺼리가 없었을 때, 빛나는 조연이 되어 주곤 했다. 그 추억을 서너개 담아 왔다. 그런데 계산대에서 친절한(?) 미군이 건네주는 시레이션을 받아 드는 아이들의 보도 사진이 겹치면서 나도 그축에서 벗어나지 않는 난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온통 난민이다.
campbells 스프를 데워 먹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스프 먹고 슬럼프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정말, 얘기할 사람이 없다.
2005/07/28 22:25 2005/07/28 22:25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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