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조망

2005/03/23 12:55 / 생활
고요한 방안에서 내 등을 살짝 밀어주기도 했던 천진난만한 노래들이 있었다. 그리고 일요일, 몸을 뉘이고 뒤척이고 눈을 떴다. 눈 앞에 노란 샐로판지가 덮고 있는 것 같다. 안경을 써야 할까? 노인이 된 것일까? 지난 밤 영화(냉정과 열정사이)를 보다가 혼자 맘껏 누추한 눈물을 흘린 탓일까? 우울을 거둬 줄 노래는 이제 들리지 않는다.
간만에 수당도 없는 주말 노동을 접고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러 간 아침, 눈이 이상하다. 눈이 판단을 느릿느릿 하는 동안 세종문화회관 R 석에서 몇사람이 졸았을까? 나를 포함해서... 콰지모도가 슬퍼보이지 않는 까닭은 지난 밤이 너무 누추했던 탓일까?
내 눈은 마티스가 조망하는 노트르담의 야수적인 색깔처럼 무대를 번지게 하고 있었다. 마음이 언제나 정성껏 운 탓이다. 철저한 사회주의자가 될 것을, 냉정하지도 열정적이지도 못하면서 그런척 아닌척... 지겹다. 달이 거의 차오르고 별이 총총한 밤이면, 끝까지 명료하게 잘 살꺼라고 나에게 기원한다... 지겹다.
허물도 없이 지겹움이 소생하듯 봄이 왔다. 그런 밤에 클라이언트 C 는 자본주의적인 우울함을 이기지 못해(아니, 이기지 못하게 하여) 사무실에서 목 매단 동료에 대해서 얘기한다. 소주한병 마시자고 한 약속은 저절로 깨졌다. 작년 봄, 알지는 못하지만 나와 같은 병세의 그가 죽었단다. 또, 죽음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봄이다. 죽음도 카타르시스가 된다. 스티브와 알지 못하는 그 사람과 나를 빗대어...

철이 되어 이사를 갈 참에 이상은 마티스가 노트르담을 조망한 생 미셀가의 남루한 아파트지만, 현실은 카드키와 옵션이 달린 요염한 복층식 원룸이다. 봄을 조망하는 괴리감이다. 낭만과도 괴리를 두고 조망하고 싶다. 난 너무 지나치다. 일도, 낭만도...


Matisse Hemi 노트르담의 조망
2005/03/23 12:55 2005/03/23 12:55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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