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크리스마스

2004/12/21 13:13 / 생각
출근길, 지하철 입구에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촉구하는 유인물을 건넨다. 인생은 막연한 사유와 망각의 상처들로 이루어져 있다. 국가보안법은 폐지 되어야 한다, 는 막연한 생각이 있듯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철폐를 촉구하는 유인물을 건네는 몸부림에 무관심한 망각이 있다. 시간에 지배된 어떤 인생이 실존의 삶으로 점철되기 위해서는 막연한 사유가 구체적인 행위나 실천이 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비전이나 가치관이 될 수 없다. 하지만, 행위를 하기 위한 그 어떤 사유가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하고 보편적인 진실이 지닌 아픔에 접근하지 못하고, 망각을 전제로한 이미지와 박제된 텍스트에만 열광했을 때 보여지는 행위는 미개한 슬픔이다.

2004년, 아르헨티나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계신 외삼촌은 존경 받는 목사다. 하지만, 나는 한국의 '교회' 를 믿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의 이름 앞에 선 그의 수많은 제자들을 믿지 않는다. 성경을 한번도 읽어 보지 않은 자가 무엇을 믿고 안 믿고 선택하거나 도리어 그것이 어떻다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딜레마다.
그리스도에 무지한이 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가 지금의 제자들이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무지한의 시각에는 그리스도가 보여준 보편적 진실의 전파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고, 그리스도라는 한 개인(제자들의 입장에는 신이겠지만)은 막연한 사상이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서 보편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선각자적인 모습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당시에 인정하지 않은 하느님의 뜻을 전파하며 '나로 인해 세계가 변할 것' 이라는 절실한 인간의 믿음은 갈갈이 찢긴 육신조차 막을 수 없었다. 오늘 우리가 그 믿음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건, 보편적 진실(배고픈 자에게 교회에 나와 기도하라는 것이 아니라, 네가 가진 모든 것을 그에게 주어라 라는 그리스도의 믿음)을 지키고 전파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같은 권력에 기대어 휘두른 고문과 폭력 앞에 당당히 굴복하지 않고 흘린 피가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오늘, 한국의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이웃을 사랑하지 않고 민족을 거부하며 세상의 평화를 제한하는 미국에 기대어 국가보안법 사수와 학부모가 학비를 냈고 국가가 지원하는 학교를 자신이 세웠다는 것만으로, 비리의 온상도 내맘대로 한 것이라는, 미개한 우격다짐을 바로 세우겠다는 개혁법안을 빨갱이 법안이라며, 미국국기를 내걸고 우국 기도회를 한다.
그리스도의 제자건 그렇지 않은 동시대인들이건 오늘날 크리스마스가 지니게 된 기호는 몇가지로 분명해진다. 산타클로스, 선물, 과도한 열광, 꽉 막힌 대로, 기적 같은 사랑... 골고다 언덕에서 자신의 믿음으로 세계가 변화되리라 했던 그리스도는 오늘 그의 제자들이 기름을 뺏기 위해 타민족에 극한의 폭력을 가하는 미국과 이웃의 생각이 자기와 다르다고 하여 그 차이를 굴복시키는 법률을 지키는데 혈안이 되어 손가락이 짤린 이주 노동자들과, 교육제도에 핍박 받아 자살을 하는 어린 학생들과, 절망에 휩싸인 노숙자들에게 내밀던 손을 거둬들이고, 다른 동시대인들은 고가의 선물과 연예인들의 스캔들 얘기로 어떻게 하면 오늘 하루 육신이 광란을 벌일 수 있을지에 골돌하는 세계의 변화를 예견이나 했을까?

그리스도가 2004년 현대인들에게 과연,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을까?
2004/12/21 13:13 2004/12/21 13:13
DrunkenSTAR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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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oap 2004/12/22 17:4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Quick !! Let’s hide Jesus..
    크리스마스마다 예수님 숨기기 바쁜 사람들…
    작가 이름은 잘 생각이 안나는데. 이런시가 있죠. ㅎㅎ

    세상은 여전히 마구간이고, 내속도 별반 다르지 않고..
    그래서 예수님은 다시 오셔야하고, 다시 죽으셔야하고, 다시 살아나셔야하고..

    Have yourself very Merry Christmas !!!

  4. Jack 2004/12/23 17:0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크리스마스 잘 보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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